
피그미의 작가 MeME작가는 이름이 참 특이하다. 미미라는 일반적인 이름 같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당찬 뜻이 숨겨져 있는 이름이다. 앞의 Me는 소문자 e를 쓰고 있는데 이것을 작가는 작아져 있는 스스로를 이야기 한다고 한다. 뒤의 ME에서 E는 대문자를 쓰고 있는데 이것은 스스로의 힘으로 문제를 찾고 해결해낸 자신을 의미한다고 한다. 모든 문제는 내 안에 있으며 그것을 해결하고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을 아는 자와 그 힘은 결국 내 안에 있다는 작가의 메시지가 이름에 이미 담겨 있다.
피그미는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 직장인들의 단상이다. 남의 이야기를 들어야만 해서 길어져버린 귀, 나의 이야기를 말을 할 수 없어서 작아진 입,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찾는 하트 고글과 슈퍼맨의 에너지를 가져다줄 망토는 피그미를 이야기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들이다. 피그미라는 이름도 피그(Pig) + 나(Me)라는 단어의 합성어인데, 작가가 유년기에 통통해서 들어야 했던 별명을 가지고 만든 이름이다. 돼지 같은 나라는 부정적인 이름을 가지고 꿈과 희망을 찾으면서 피그미의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작가의 대표적인 작품 시리즈명이 Wanted인데, 이것은 서양에서는 공개 수배, 찾는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한국에서 흔히 이해될 수 있는 뉘앙스에서는 원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아마 미국권의 사람들에게는 이 표현이 위트로 이해될 것이고 한국에서는 강력한 염원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작가는 이 두 가지의 의미를 고루 사용했다. 자신의 꿈과 희망을 공개수배 하기도 하면서 스스로가 강력하게 원하고 있다는 것을 시리즈 제목을 통해서 드러낸 것이다.
초기의 피그미는 세모로 뾰족한 형태를 가지고 있었으며 고글을 쓰지 않고 무표정한 얼굴의 침묵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색은 무척 화려한 편이었지만 캐릭터의 모습은 상당히 경직되어 있었다. 하지만 피그미의 작업들이 일어지면서 피그미는 전체적으로 동글동글해졌고, 핑크 고글을 쓰기 시작했다. 초기의 피그미가 직장인이면서도 자신의 세계를 표현하기 시작한 초기 단계의 낯설음을 표현한다면 작가로서 활동하면서 내면의 자유를 찾아 조금씩 밝고 화사해지는 모습이 작품에 그대로 담겼다.

피그미를 구성하는 요소들 모두에 의미가 있는 것처럼 피그미의 주변을 채우는 것도 모두 다양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피그미의 주변에 흘러내리고 있는 폭포들과 구름 속에는 피그미가 현실에서 가지고자 하는 많은 물질적 요소가 보인다. 예를 들면 명품 가방과 구두, 보석, 돈, 명예 같은 것이다. 이 구름과 폭포는 꿈과 현실의 경계지점이면서 세속적이고 단편적인 행복에 대한 것을 걸러내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구름 너머의 세계 위에 피그미는 지금 현실을 벗어나 자신만의 유토피아에 안착한 모습을 보여준다. 지금 이 순간에 나를 잠깐 행복하게 할 것들 보다 더 중요한 것에 가치를 두는 것이다.

작가는 삼성의 디자이너로 입사해서 평범한 직장인 생활을 했다. 하지만 기계 속 톱니바퀴처럼 굴러가는 삶에서 스스로를 드러내는 작가 활동을 하고 싶어 했고, 소규모로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초기 작가의 작업이 디지털화인 것이 바로 이 이유에서이다. 이후 여러 브랜드와 콜라보를 하고 티브이 쇼에서 우승을 하면서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작가는 직장 생활과 작가 생활을 병행하면서 자신이 생각하는 완벽한 삶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이것은 돈으로 살 수 없는 중요한 가치이며 자아 실현을 하면서 살아간다는 점에서 오늘날 이야기하는 갓생(God+生)에 형태라고 할 것이다.

작가는 피그미에 대해서 늘 자신의 모습에서 근간을 두었다고 했는데 화폭을 가득 채우는 피그미의 모습은 자신의 에너지를 마음껏 표출하고 싶어 하는 작가의 내적 자아의 크기를 표현한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 이 작품을 보는 관람객들에게 스스로가 주인공이 되기 위해서 나아가는 피그미의 커다란 모습은 사회생활 속에서 응축되어버린 자아를 다시 깨우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최근 피그미 시리즈는 더욱 다양해졌다. 피그미가 작아진 시리즈들은 피그미의 액션이 많아졌고, 기린, 용, 고래와 같은 주변 요소를 더욱 많이 담았다. 이 희망의 도상들과 함께 피그미는 빛을 향해서 떠나간다. 나를 알아봐 달라는 외침보다는 이제 나라는 존재가 가지는 무게감을 인지하고 안정화를 이룬 모습이라 할 수 있다. 피그미의 작은 입은 세모로 멈춰있지 않으며 미소를 짓고 있고, 피그미의 주변을 감싸는 빛의 표현을 통해서 스스로의 에너지를 통해서 반짝거리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사회를 고발하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이슈 중 하나였다. 사회의 단면을 이야기하고 있는 작가들 사이에서 미미가 가진 독보적인 매력은 사회인의 모습 그대로를 캐릭터에 부여해 드러낸다는 것이다. 미미가 그리는 피그미는 사회인의 페르소나이면서 동시에 개인 내면이 가진 자아의 표상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가 만들어내는 이 시뮬라시옹을 통해 대중은 내면의 자아를 만나는 시간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또 2024년 이후 등장한 새로운 캐릭터 포미(ForMe)는 남에게 의해서 평가받고 자아를 찾아가던 피그미에서 한 발 더 나아간 캐릭터이다. 나를 위해서 살아가는 나의 꿈이 살아 있는 캐릭터가 태어난 것이다. 이 캐릭터를 만들어내면서 작가는 해묘미(亥卯未, 돼지, 토끼, 양) 삼합의 개념을 가지고 왔다. 돼지이면서 토끼의 특징이 있는 피그미와 양의 형상을 하고 있는 포미가 합쳐지면서 작품 속에서 더 큰 복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을 담았다.
피그미를 만나왔던 팬들에게 피그미의 변화는 곧 피그미의 성장이며 피그미를 사랑한 팬들의 성장의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는 스스로를 깨부수면서 성장하고 있고 이 이야기는 고스란히 피그미의 이야기에도 담겨있다. Brick 시리즈에서는 피그미가 실제 현실의 벽을 만나고 그 벽을 넘어 자신이 꿈꾸는 모습을 그리고 이내 벽을 뛰어넘는다. 현실의 벽을 넘어서 내면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꿈꾸며 “그려내는” 피그미의 모습을 통해서 작가는 개인이 가지고 있는 꿈을 자신 있게 드러내라고 응원한다.
이 응원은 곧 작가 스스로가 걸어왔던 걸음으로서 증명한 것이며, 그렇기에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젊은이라면 위로가, 한 시절을 풍미했던 중년에게는 이해로 다가오게 될 것이다. 그리고 다시 한번 작가가 이야기하는 희망을 통해서 지금 내 앞에 놓인 현실의 벽을 깨고 “나”라는 에너지를 통해서 이겨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세상에 전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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