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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세와 글로벌 최저 법인세, 조세체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다

by Casa della Luna 2025. 3. 29.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기존 조세 체계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이에 따라 OECD를 중심으로 글로벌 최저 법인세(Global Minimum Tax, 이하 GloBE) 제도 도입과 함께, 디지털세(Digital Tax)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조세회피 논란과 함께, 이들 기업이 자국 내 실질적인 활동 없이 막대한 수익을 거둬가는 구조에 대한 문제제기가 높아지면서 국제 조세질서 개편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국이 직면한 현실, 대응 방향, 그리고 앞으로의 과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디지털세와 글로벌 최저 법인세, 조세체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다
디지털세와 글로벌 최저 법인세, 조세체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다

 

 

1. 디지털세란 무엇인가? 왜 필요한가?


디지털세란 특정 국가에 물리적 고정사업장이 없더라도,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다국적 기업에게 과세권을 부여하기 위한 제도이다. 전통적인 법인세 체계는 기업의 물리적 사업장이 있는 국가에 과세권을 부여해왔으나, 디지털 경제의 확산으로 이 구조가 무력화되었다.

▶ 글로벌 빅테크의 조세회피 문제
구글,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등 글로벌 IT 기업들은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전 세계에서 막대한 수익을 거두면서도, 조세 회피처나 세율이 낮은 국가(예: 아일랜드, 룩셈부르크 등)에 본사를 두어 정작 수익이 발생한 국가에 세금을 거의 납부하지 않는 구조를 활용해 왔다.

예를 들어, 한국 소비자들이 넷플릭스를 이용하면 실제 수익은 한국에서 발생하지만, 과세 대상은 조세회피처의 법인으로 돌아간다. 이는 과세의 형평성과 국가의 재정권에 대한 도전이자, 디지털 플랫폼의 독점적 지위에 대한 역진적 혜택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 디지털세의 국제적 논의 흐름
OECD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1년 ‘포괄적 조세 개혁안(Pillar 1 & 2)’을 채택했다. 그 중 Pillar 1이 바로 디지털세 도입과 관련된 내용이며, 디지털 경제 기반 기업의 이익 중 일부를 시장 소재국(소비자 거주 국가)에 배분해 과세하도록 한다.

이 제도는 단순히 ‘새로운 세금’을 신설한다기보다, 디지털 시대의 경제활동을 조세 체계에 반영하려는 노력으로 볼 수 있다.

 

 

2. 글로벌 최저 법인세(GloBE)의 의미와 한국의 대응


디지털세와 더불어 함께 추진된 것이 글로벌 최저 법인세 제도다. 이는 다국적 기업들이 세율이 낮은 국가로 본사를 이전해 조세를 회피하는 것을 막기 위한 국제 조세 최소 기준이다.

▶ GloBE 제도의 핵심
OECD와 G20은 2021년 10월, 최소 15%의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을 설정하기로 합의하였다. 해당 제도는 연 매출 7.5억 유로(약 1조 원) 이상의 다국적 기업을 대상으로 하며, 어느 국가에서든 실효세율이 15%보다 낮다면, 본국 혹은 자회사 위치 국가에서 그 차액만큼을 추가로 과세할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조치는 ‘경쟁적 법인세 인하 전쟁(tax competition)’의 종식을 선언한 것으로, 조세 정의 실현과 국가 간 불공정 경쟁 해소라는 측면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 한국의 GloBE 도입 준비 상황
한국은 2024년부터 GloBE를 국내 세법에 반영하기 위해 관련 법안을 마련 중이며, 국회 통과 후 단계적 시행 예정이다. 한국 기업 중 해당 제도의 영향을 받는 기업으로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SK하이닉스 등 대기업군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법인세율이 높은 편(최고 24%)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피해보다는 해외 자회사를 운영하는 국내 대기업의 조세전략에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조세 수입이 낮은 개발도상국들에게 일부 과세권이 이전되는 구조이기에 국제적 조세 협력의 책임이 강화되는 측면도 있다.

 

 

3. 디지털세와 GloBE의 파급효과와 향후 과제


디지털세와 글로벌 최저세율의 도입은 단순한 조세제도의 개편을 넘어 세계 경제의 지형을 변화시킬 수 있는 혁신적 조치다. 한국을 포함한 각국은 이에 발맞춘 국내 세법 개정, 기업 대응 전략, 외교적 협상력이 모두 요구되는 시점이다.

▶ 다국적 기업의 세무 전략 변화
GloBE가 시행되면 기존에 조세회피처를 활용하던 전략은 무력화된다. 법인세가 낮은 국가에 본사를 둬도 15% 이상의 실효세율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기업들은 실질적인 생산성 향상, 내실 있는 투자 전략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게 될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기업 본연의 경쟁력 강화를 유도할 수 있다.

▶ 한국 정부와 기업의 과제
세법 개정 및 행정 시스템 정비: GloBE 도입에 따른 국내 세법의 정비가 시급하다. 세액 계산 방식, 세액공제, 과세 기준의 명확화 등 실무적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

중소기업 보호 방안 마련: GloBE는 초대형 다국적 기업을 대상으로 하지만, 연쇄적으로 세금 부담이 중소·중견기업으로 전가되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외국기업 디지털세 부과를 위한 입법 추진: 디지털세는 아직 전면 시행되진 않았지만, 해외 빅테크에 대한 과세권 확보를 위한 국내 법제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 글로벌 조세협력의 시험대
디지털세와 글로벌 최저세율은 국제적 합의를 전제로 운영되는 제도인 만큼, 각국 간의 협력과 갈등 해소가 중요하다. 특히 미국은 자국 기업이 피해를 본다는 이유로 디지털세 도입에 반발하거나 상호주의적 보복 관세를 시사한 바 있어, 한국은 외교적 균형 감각을 유지하며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세와 글로벌 최저 법인세는 단순한 ‘세금 이야기’를 넘어, 디지털 전환기 세계 경제 질서의 재편 과정에서 등장한 조세 정의 실현의 상징적 제도이다. 한국은 디지털 플랫폼이 확산되고 다국적 기업 활동이 활발한 국가로서, 이번 제도 변화가 기업 환경, 정부 재정, 그리고 국제 위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앞으로의 과제는 이러한 제도를 단순히 받아들이는 데 그치지 않고, 공정하고 실효성 있는 국내 조세 구조로 안착시켜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디지털 경제에 맞는 디지털 과세’라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 한국이 조세정의 실현의 선도국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